괴롭힘 신고가 들어오자 대표가 말합니다. “두 사람을 같이 불러서 누가 맞는지 확인하세요.” 인사담당자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양쪽의 직급이 다르고 감정도 격해져 있습니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첫 면담은 결론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신고인과 피신고인을 따로 만나 자유진술을 받습니다. 그다음 같은 쟁점을 각자에게 묻고, 자료와 맞지 않는 부분은 보완 질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객관적인 조사는 결론을 정해 놓고 묻는 절차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정합니다.
법은 면담 질문의 문장이나 대질 절차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사자가 원하는 답을 질문에 넣거나, 직급과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를 처음부터 한 공간에 앉히면 객관적인 조사였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은 조사자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인하고, 대면조사는 2명이 진행하는 방안을 권합니다. 면담 순서는 피해자, 참고인, 행위자 순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안내하되 사건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유도질문과 대질을 피하는 것은 법에 적힌 별도의 금지 조항을 따르는 일이 아닙니다. 중립적인 면담과 독립된 진술, 비밀유지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 방법입니다.
유도질문은 답보다 조사자의 생각을 먼저 보여 줍니다
유도질문은 조사자가 예상한 결론을 문장 안에 넣습니다. 면담 대상자는 자신의 기억보다 질문에 맞춰 답하기 쉽습니다. 나중에 진술이 달라지면 첫 질문이 답을 이끌었다는 문제도 생깁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조심해야 합니다.
| 피할 질문 | 바꿔서 물을 질문 |
|---|---|
| 팀장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지요? | 회의에서 어떤 말과 행동이 있었습니까? |
| 목소리를 높였습니까, 비꼬았습니까? | 상대방의 말투와 표현을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
| 업무를 빼앗으려고 일부러 자료를 안 준 것 아닙니까? | 자료를 요청한 때부터 받지 못한 뒤까지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
| CCTV에는 10시 12분으로 나오는데 왜 다르게 말했습니까? | 당시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확인할 자료가 있습니까? |
| 다른 직원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하는데 인정합니까? | 해당 날짜에 그 직원과 어떤 대화를 나눴습니까? |
첫 질문은 넓게 둡니다. “신고하려는 일을 처음부터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묻고 중간에 끊지 않습니다. 자유진술이 끝난 뒤 날짜와 장소, 말과 행동, 전후 상황과 확인할 자료를 차례로 묻습니다.
자유진술 뒤에 5가지를 같은 순서로 확인합니다
신고인과 피신고인에게 똑같은 답을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행위를 같은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한쪽에는 시간과 표현을 자세히 묻고 다른 쪽에는 인정 여부만 물으면 진술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각 행위마다 다음 순서로 질문합니다.
-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는 순서대로 말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 언제, 어디에서, 누가 함께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 정확한 말과 행동, 그 직전과 직후 상황을 묻습니다.
- 직접 본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구분합니다.
- 메신저, 일정, 업무기록과 참고인 등 확인할 자료를 묻습니다.
질문과 답변은 함께 기록합니다. 답변만 간추려 적으면 조사자가 어떤 전제를 제시했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면담 기록을 당사자에게 읽게 하거나 보내 확인받은 과정도 남깁니다.
양쪽 말이 다를 때 진술과 자료를 대조하는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 양쪽 말이 다를 때 조사하는 순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질부터 하면 독립된 진술을 잃을 수 있습니다
대질은 두 사람을 한 공간에 앉혀 진술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법이 모든 대질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괴롭힘 조사의 기본 면담 방식으로 삼기에는 위험이 큽니다.
- 직급이 높은 사람 앞에서 신고인이 말을 줄이거나 바꿀 수 있습니다.
- 한 사람이 상대방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진술을 맞출 수 있습니다.
- 신고 내용과 참고인의 이름이 필요 이상으로 공개될 수 있습니다.
- 언쟁이나 압박이 이어지면 추가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 대질에서 말을 잘한 사람이 사실과 무관하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회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말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아닙니다. 신고된 행위가 있었는지, 업무상 필요를 넘어선 행위인지, 어떤 자료가 각 진술을 뒷받침하는지입니다.
대질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목적부터 적습니다. 어떤 모순을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지, 당사자에게 어떤 내용을 미리 알릴지, 동석자와 중단 기준은 무엇인지 정해야 합니다. 이미 감정이 격해졌거나 권력 차이가 크다면 외부 조사자에게 진행 가능성을 검토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반된 말은 사람을 마주 앉히지 않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고인 면담에서 나온 말을 피신고인에게 그대로 읽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행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날짜와 장소, 주장된 말과 행동을 정리해 답변을 받습니다. 피신고인의 반론에서 새 자료가 나오면 신고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다시 묻습니다.

다음 표처럼 행위별로 대조하면 대질 없이도 남은 쟁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조사 행위 | 신고인 진술 | 피신고인 답변 | 참고인 | 객관적인 자료 | 더 확인할 점 |
|---|---|---|---|---|---|
| 8월 3일 회의 발언 | 표현과 참석자 | 발언 취지와 정확한 표현 | 직접 들은 범위 | 회의 일정, 녹음 | 발언 직전 업무보고 |
| 8월 5일 업무 회수 | 지시받은 내용 | 업무 조정 이유 | 인계받은 직원 | 지시 메일, 분장표 | 변경 결정 시점 |
| 반복적인 개인 연락 | 연락 시각과 내용 | 업무상 필요 | 해당 없음 | 메신저 원본, 근태 | 긴급 업무 여부 |
한 사람의 진술 전체를 믿거나 배척하지 않습니다. 행위마다 일치하는 부분과 다른 부분을 나눕니다. 확인하지 못한 행위는 사실이 없다고 단정하지 말고, 어떤 자료가 부족했는지를 적습니다.
첫 면담을 이미 잘못 진행했어도 바로 결론내지 않습니다
대표가 먼저 신고인을 불러 “팀장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요?”라고 물었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을 함께 앉혔는데 언쟁으로 끝났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록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됩니다.
먼저 누가 참석했고 어떤 질문을 했는지 적습니다. 당사자에게 서로의 진술이 얼마나 공개됐는지도 확인합니다. 그 뒤 별도의 조사자가 각자를 다시 면담할지, 서면 질문으로 보완할지 정합니다.
첫 면담에서 나온 답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대신 질문의 영향과 보완 절차를 조사보고서에 남겨야 합니다. 기존 기록과 보완 면담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변경 이유를 확인합니다.
사내 면담을 계속할지 검토해야 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모든 괴롭힘 면담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자가 사건과 무관하고, 행위 수가 적으며, 질문과 기록 방식을 정할 수 있다면 인사팀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음 상황이라면 면담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지 검토나 외부조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 조사자가 피신고인의 지휘를 받거나 평소 함께 일합니다.
- 대표나 임원이 신고 대상이라 사내 조사자의 중립성 문제가 예상됩니다.
- 신고된 행위와 관련자가 많아 면담 순서를 정하기 어렵습니다.
- 당사자가 녹음하거나 법률대리인 참석을 요구했습니다.
- 첫 면담에서 결론을 넣은 질문이나 대질이 이미 진행됐습니다.
- 진술 내용이나 신고 사실이 사내에 알려졌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사내조사와 외부조사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회사가 직접 해도 되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조사를 맡기기 전 견적 범위는 직장 내 괴롭힘 외부조사 비용, 견적서에서 볼 6가지에 정리했습니다.
상담 전에 4가지 자료만 정리합니다
이미 한쪽 면담을 마쳤더라도 보완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과 연락처를 가린 뒤 다음 자료를 정리하십시오.
- 신고서 또는 신고 내용을 행위별로 요약한 문서
- 예정된 면담 순서와 질문지
- 이미 진행한 면담의 질문·답변 기록
- 메신저, 근무표, 업무지시 등 확보한 자료 목록
자료를 확인하면 인사팀이 질문을 고쳐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보완 면담만 외부에 맡길지, 조사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면담을 시작하기 전이라면 질문지와 순서를 먼저 점검하십시오. 이미 면담했다면 질문·답변 기록을 알려 주십시오. 조사자가 유도한 답이 있는지, 대질 없이 확인할 쟁점은 무엇인지, 보완 면담과 외부조사 중 필요한 범위를 정리해 드립니다.

공인노무사 김수빈


